왜 우리는 단순 반복 업무에 시달리는가
매일 아침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아마도 쏟아지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어제 들어온 데이터를 엑셀에 정리하고, 회의 내용을 요약해서 팀 메신저에 공유하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업무라고 부르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것은 창조적인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정보를 이리저리 옮기는 반복 노동일뿐입니다.
많은 직장인이 AI 시대가 왔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 업무는 변한 게 없다고 느낍니다. 챗GPT가 나왔다는데 여전히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은 도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구를 연결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복잡한 코드를 몰라도 괜찮습니다. 자동화 도구 n8n과 OpenAI를 사용하면, 여러분은 지겨운 반복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IT 비전공자인 마케터나 기획자도 이해할 수 있는 n8n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나만의 AI 비서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풀었습니다.
자동화의 허브 n8n, 무엇이 다른가
시중에는 이미 재피어(Zapier)나 메이크(Make) 같은 훌륭한 자동화 도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n8n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자유도입니다. 다른 도구들은 자동화 횟수가 늘어날수록 구독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집니다. 하지만 n8n은 워크플로우 기반의 노코드 툴이면서도, 원한다면 내 개인 서버에 설치해서 거의 무료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n8n의 화면은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메일 블록, 엑셀 블록, 그리고 AI 블록을 캔버스에 올려두고 선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됩니다. 개발자들이 쓰는 어려운 코드를 몰라도, 데이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눈으로 보면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노드라고 부릅니다. 각 노드는 하나의 행동을 담당하고, 이 노드들이 모여 하나의 업무 흐름인 워크플로우를 완성합니다.
OpenAI API 연결하기
자동화 시스템이라는 몸체에 지능을 불어넣으려면 OpenAI의 API가 필요합니다. 챗GPT 웹사이트에서 채팅하는 것과 달리, API는 프로그램끼리 대화할 수 있게 열어둔 전용 창구입니다.
먼저 OpenAI 플랫폼에 접속해서 API 키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회원가입 후 결제 카드를 등록하면 키를 생성할 수 있는데, 이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생성된 키는 화면에 단 한 번만 나타납니다. 창을 닫으면 다시는 볼 수 없으므로 반드시 메모장이나 보안 앱에 복사해 두어야 합니다. 이 키는 여러분의 신용카드와 연결된 비밀번호나 다름없으니 절대 남에게 보여주거나 깃허브 같은 공개된 곳에 올려서는 안 됩니다.
키를 발급받았다면 이제 n8n으로 돌아옵니다. 자격증명(Credentials) 메뉴에서 OpenAI를 찾아 발급받은 키를 입력해 줍니다. 이렇게 한 번만 연결해두면, 앞으로 만드는 모든 자동화 로직에서 챗GPT의 능력을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연결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간단한 채팅 노드를 만들어 실행해 보세요. AI가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한다면 준비는 끝났습니다.
외부 요청을 받아 처리하는 AI 챗봇 만들기
이제 진짜 자동화를 만들어볼 차례입니다. 우리가 만들 것은 외부에서 질문을 던지면 AI가 답변해서 돌려주는 챗봇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슬랙 봇, 카카오톡 상담 봇, 고객 문의 자동 응답 시스템 등 모든 것으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웹훅(Webhook)입니다. 웹훅은 외부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우체통 같은 역할을 합니다. n8n에서 웹훅 노드를 추가하고 설정을 보면 고유한 URL 주소가 생성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주소로 누군가 데이터를 보내면 n8n이 깨어나 일을 시작합니다. 테스트를 위해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생성된 URL 뒤에 물음표를 붙이고 질문을 적어보세요. n8n 화면에 데이터가 들어오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그다음은 들어온 질문을 AI에게 전달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막히는 부분이 나옵니다. 바로 데이터 연결입니다. n8n에서는 이전 단계의 데이터를 다음 단계로 넘길 때 표현식(Expression)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마우스로 드래그 앤 드롭만 하면 n8n이 알아서 코드를 작성해 줍니다. 웹훅으로 들어온 질문 텍스트를 AI 노드의 입력창에 끌어다 놓기만 하세요.
마지막으로 AI가 생각한 답변을 다시 원래 요청한 사람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Respond to Webhook 노드를 마지막에 붙이고, AI의 답변 내용을 이곳에 연결하면 됩니다. 이제 전체 흐름을 저장하고 활성화(Active) 버튼을 켜세요. 여러분은 방금 개발자 없이 혼자 힘으로 작동하는 AI 서버를 구축한 것입니다.

단순 연동을 넘어 업무 효율 높이기
기본적인 챗봇을 만들었다면 이제 응용할 차례입니다. n8n의 진가는 다양한 앱들과의 연동에서 드러납니다.
매일 아침 뉴스 스크랩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스케줄 트리거를 사용해 매일 아침 8시에 자동으로 시스템을 깨웁니다. 구글 뉴스나 RSS 피드에서 특정 키워드의 기사를 긁어오게 시킵니다. 가져온 기사 본문을 OpenAI 노드에게 던져주고 “3줄로 요약해 줘”라고 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요약된 내용을 슬랙이나 팀즈 메신저로 전송하거나, 노션 페이지에 차곡차곡 쌓도록 설정합니다. 사람이 하면 30분이 걸릴 일을 AI는 3초 만에 끝냅니다.
사내 문서를 학습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벡터 스토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우리 회사의 규정집이나 매뉴얼을 AI에게 미리 읽혀두고, 직원이 질문했을 때 그 문서를 바탕으로 답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사팀이나 총무팀의 반복적인 질의응답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비용과 에러 처리
자동화는 편리하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OpenAI API 비용입니다. 챗GPT 모델은 사용한 글자 수(토큰)만큼 돈을 받습니다. 만약 무한 루프에 빠져서 AI가 계속해서 글을 쓰게 된다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테스트 단계에서는 반드시 저렴한 모델인 gpt-4o-mini 등을 사용하고, n8n 설정에서 실행 횟수 제한을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또한 예외 처리를 잊지 마세요. 인터넷이 끊기거나 API 서버가 점검 중일 때 워크플로우는 멈출 수 있습니다. 이때 “에러가 발생했습니다”라는 알림을 나에게 보내도록 에러 처리 노드를 별도로 구성해 두어야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이 됩니다. 멈춘 자동화는 없는 것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동화는 기술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n8n과 AI를 연동하는 과정은 처음엔 낯설고 어려워 보일 수 있습니다. JSON이 무엇인지, API가 무엇인지 배우는 과정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장벽만 넘으면 여러분은 남들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업무를 처리하는 슈퍼 직장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동화의 핵심은 거창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걸 내가 왜 계속하고 있지?”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반복적으로 했던 일 중 하나를 골라보세요. 그리고 n8n을 켜고 딱 세 개의 노드만 연결해 보세요. 그 작은 시도가 여러분의 커리어와 워라밸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n8n을 배우려면 코딩을 꼭 알아야 하나요?
-> 아닙니다. n8n은 기본적으로 노코드 툴입니다. 마우스 드래그 앤 드롭만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루기 위해 자바스크립트를 조금 알면 훨씬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Q)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 n8n은 데스크톱 버전이나 개인 서버에 설치하는 셀프 호스팅 버전의 경우 기능 제한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클라우드 버전을 이용할 경우 월간 실행 횟수에 따라 요금이 부과됩니다. 초보자라면 데스크톱 버전을 먼저 설치해 연습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Q) OpenAI API 비용은 얼마나 나오나요?
개인 업무 자동화 수준이라면 커피 한 잔 값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신 모델인 gpt-4o-mini 기준으로 한글 소설책 한 권 분량을 처리해도 몇 백 원 수준입니다. 다만 사용량은 수시로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